07 마테존 호수, 하스트 패스, 마카로라

호키티카의 Glow-Worm Dell

호키티카에서 해변 산책을 한 후,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를 가봤다. 그런데 9시 종료여서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아직 환해서 그런지 시간 감각이 없었는데 벌써 마무리라니... 부리나케 스테이크용 고기랑 물만  사고 계산한다. 맥주를 사려고 했는데 그건 시간 때문에 못 사고 주류 전문점에서 다시 샀다.


Airbnb이지만 호스텔 같은 숙소.. 그래서인지 주방을 공유한다. 주방에서는 이미 남미쪽에서 온 청년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볶고 있던 양파를 나한테 나눠준다.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은 뒤에 잠시 쉬다가 우리는 Glow-Worm Dell에 한번 가본다. 


숙소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인데 너무 어두워 차를 끌고 가봤다. 그런데 100m도 가지 못하고 내렸다.. 그 정도로 가깝다..

뉴질랜드에서는 반딧불이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 있는데 대부분 유료에다가 투어를 껴야만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 가족 이외에 다른 가족들도 이곳을 찾아가고 있어 캄캄하기는 하지만 조금 안심이 되었다. 

입구에서부터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있고 조명은 아주 조금만 켜도록 한다. 서로의 어깨를 잡으며 핸드폰 조명을 켜고 반딧불이 서식지로 가본다. 


입구에서 1분 정도 걸어가니 서식지가 나온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는 듯했다. 너무 어두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또 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어 대충 이쪽에 사람들이 있구나 정도만 느꼈다. 


뉴질랜드의 반딧불이는 날아다니는 곤충이 아니라 기어다니는 애벌레 같은 류다.. 빛은 훨씬 크고 뭉개져 있는 듯한 빛깔이다. 어쨌든 신비로운 체험 하나 해서 애들도 나도 마음에 들었다. 




2.20(5일차), 5일차는 비소리에 깼다. 사이클론이 온다더니 아침 일찍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은 최대한 간단히 먹고 바로 애들 깨워 나갈 준비를 한다.

원래는 호키티카의 협곡과 폭포를 보러갈 일정이었지만 이 모든 걸 스킵한다. 


마테존 호수 Lake Matheson 

아래쪽으로 이동하면서 비는 계속 오락가락한다. 폭스빙하와 프란츠조셉빙하도 우리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여기도 과감히 스킵한다. 아니 스킵이 아니라 폭풍우가 온다고 아예 입구를 폐쇄시켜 놓았다. 프란츠조셉 빙하는 위 왼쪽 사진처럼 멀리서 바라본다. 


폭스빙하를 그냥 지나가며 그래도 아쉬웠던 곳이 마테존 호수다. 뉴질랜드에서 호수에 반영된 마운트 쿡의 사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마테존 호수의 사진이다. 바람 불 지 않는 새벽 무렵에 가면 완전한 거울 호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사이클론이 오는 날에 가고 있으니 어떨지 모르겠다. 


카페 입구에 차를 세우고 호수 입구로 들어가보려고 하는데 관리자가 제지를 한다. 비가 많이 오고 있어 위험하니 들어갈 수 없다고...

관리자가 없으면 그냥 들어가겠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한번 따져보겠는데... 여긴 뉴질랜드니 그냥 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호수를 볼 수는 없었지만 카페 인근에서 바라보는 푸른벌판과 함께 보이는 마운트 쿡의 모습도 매우 아름답다. 그래서 사진을 찍도록 프레임까지 설치해 뒀으리라..

좀더 도로가로 나오니 마운트 쿡이 좀더 가까이 보인다. 좀 유치하지만 점프샷도 해보면서 경치를 즐겨본다. 



하스트 패스 Haast Pass

이제 서쪽 해변도로가 끝나고 다시 계곡 도로로 들어간다. 해변도로가 끝날 무렵에 나오는 Ship Creek. 

경치좋은 아름다운 뷰포인트라는데 정말 해변 길을 따라 난 데크길은 무척이나 아름답게 놓여 있다. 이곳도 파도에 쓸려 내려온 나뭇가지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바닷가 큰 파도가 사이클론이 온다는 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Ship Creek부터는 이곳의 말썽꾸러기 샌드플라이 출몰 지역이다. 샌드플라이는 모기처럼 피를 빨아먹는 벌레.. 모기기피제를 뿌리고 나갔지만 뭔가 계속 따라 붙는 느낌이 든다. 샌드플라이가 처음에는 우리나라 파리 정도 크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날파리처럼 아주 작은 날벌레다.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었기 때문인지 피를 헌납하지 않고 구경을 잘 마칠 수 있었다. 



Fantail Fall

Haast Pass에는 3개의 유명한 폭포가 있다. Roaring Billy Fall, Thunder Creek Fall 이 두개의 폭포는 입구가 막혀 있었다. 애들도 가길 원하지 않았는데 다행스럽게 입구도 막혀 있어 가뿐히 포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관광을 거의 다 포기했기에 숙소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Fantail Fall이 나왔는데 이곳은 다행히 아직 통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폭포까지 가본다. 폭포의 실제 모습은 훨씬 웅장한테 멀리 떨어져 있으니 사진으로는 그냥 작은 폭포처럼 보인다.


이곳도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사이클론의 폭우 속에서 저 돌탑들은 잘 버틸 수 있으려나... 이렇게 좀더 시간을 보내고 오늘의 숙소를 향해 나아갔다.



마카로라 숙소

오늘의 숙소는 와나카 호수의 북쪽에 있는 마카로라 Makarora 마을의 뉴질랜드의 보통 시골 집이다. 양과 소를 키우는 목장, 그리고 그 옆에 한적히 자리잡고 있는 주택. 이 지역에는 주택이 딱 2채 있는데 그 중 하나다. 

원래는 와나카 지역에 숙소를 잡으려 했지만 빙하랑 하스트쪽 구경을 다 하고 저녁무렵에 도착해서 다시 와나카까지 가기에는 부담이 커서 이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물론 비용도 와나카 지역보다 훨씬 싸다) 우리는 오후3시도 안되어서 도착하게 되었다. 


집 주인이 여긴 슈퍼도 없으니 미리 먹을 것 준비해 오라고 했는데 정말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멋진 산, 멋진 벌판, 조용히 풀 뜯는 양, 그리고 아담하게 지어진 집 뿐이다. 

그동안 여정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오늘 일정은 관광을 하지 못한 덕에 오히려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주인아저씨는 미리 따뜻하게 벽난로까지 피워두었고, 간식과 과일, 그리고 식빵, 계란까지 무료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두셨다. 너무 감사한 분이다.




벽난로에 장작을 피우고, 집안에 있던 CD플레이어로 오랜만에 음악을 틀고 여유롭게 쉬어본다. 밖으로 나와 비오는 소리 들으며 차한잔.. 이글을 쓰는 지금 이순간에도 이 때의 평안함이 기억난다. 


애들은 와이파이로 핸드폰을 즐기고, 엄마아빠는 그동안 묵혀 있던 옷가지들의 세탁까지 한다. 


다음날 아침에 비가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가 내린다. 숙소 주변을 간단히 산책하며 날씨가 좋았으면 얼마나 더 좋은 광경을 볼 수 있었을까 아쉬워했지만 비가 왔기에 또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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