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떠난 남도 여행

프로포즈를 하고 난 뒤, 우리가 떠난 첫 여행.. 


당일치기로 짧게 가는 여행은 많이 가봤지만 이번에는 다소 길게 가보기로 했다. 어디를 갈지는 모르겠고 일단 안가본 곳으로 가보자고 해서 간 곳은 전라남도다. 나는 경상북도 영주 출신, 수진씨는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둘 다 전라남도는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이었다. 


목포 그리고 해남 공룡박물관

5시간 이상의 긴 운전 끝에 목포까지 왔다. 목포의 찜질방에서 조금 불편하지만 하루밤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어딜 갈지 결정하지 않은 상황... 찜질방에서 어디를 갈지 상의하다가 잠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기보다는 대략 어느 방향으로 가다가 좋은 곳 나오면 거기 가자는 막연한 계획... 이런 임기응변식의 여행도 매우 좋을 듯 했다. 


다음날 우리가 간 곳은 해남의 공룡박물관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사이의 평일이라 사람이 없다. 또 춥고 바람부는 날씨라 정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욱 좋았던 곳.. 공룡보다는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남쪽으로 오면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가 우리를 축복하는 선물인가... 

어쨌든 우리나라 남쪽 끝에도 눈이 생각보다 많이 왔다. 




삼각대를 가져 갔기에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너무 세찬 바람은 우리를 껴안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삼각대가 바람에 쓸어지기도 하고, 머리카락도 바람에 쓸려가 엉망이 되었다. 




따뜻한 카페에서 조금 쉬면서 창밖으로 세차게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윤선도의 유배지(?)였던 옛 집터에 가보았다. 


밀물때는 들어갈 수 없고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갈 수 있는 곳인데 다행히 우리는 가 볼 수 있었다. 

뭐 특별한 건 없고 정말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유배지 같은 느낌....




해남 땅끝마을

이제는 섬과 육지를 잇는 많은 다리들이 생겨, 엄밀하게 땅끝이라 하기 어렵지만 대한민국의 육지만을 볼 때 땅끝인 곳에 가보았다. 

오르막 계단을 올라가 땅끝마을 전망대에서 남해를 바라본다. 




해남 송호해변

땅끝마을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송호해변이다. 그냥 지나가다가 해변이 너무 예뻐서 차에서 내린 뒤 사진을 찍어봤다.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사진에 고스란히 찍혀있다. 




해남 미황사

어떤 절인지 모르고 그냥 절이 있길래 찾아가본 미황사다. 입장료가 없길래 그냥 변변치 않은 사찰일 줄 알았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절 뒤로 보이는 절벽의 산자락이 우리 눈을 호강시켜 준다. 


눈이 소복히 내려 나무들이 모두 설탕가루로 하얗게 토핑이 되어 있는 듯 보였다. 크지 않은 절이지만 뒷 절벽의 미관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울리게 절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겨울에 열매가 맺는 호랑가시나무열매.. 

찬 겨울에 열매가 맺기에 '사랑의 열매' 뱃지 모양으로 쓰이고 있는 나무다. 




보성 녹차밭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보성의 녹차밭에 왔다. 그늘진 응달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녹차밭 특유의 푸르른 녹색이 펼쳐져 있지는 않지만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는 녹차밭의 아름다운 푸른 곡선을 볼 수 있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장독대를 벽으로 대신하고 있는 센스까지... 전남 쪽 여행을 하면서 경상도와 달리는 이런 센스가 잘 엿보인다. 





따뜻한 녹차 한잔을 마시며 다시 몸을 녹이고 녹차와 대나무 죽통술 하나를 사서 내려온다. 

녹차밭 주변으로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또 메타세콰이어 나무길도 보인다. 역시 사람들이 없이 삼각대 세우고 사진 장난...




순천 고인돌 공원과 주암호 전망대

보성에서 송광사를 방향을 가다가 우연히 우리 눈에 들어온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는 안내문. 남도 여행을 하면 곳곳에 이런 표지판이 있어 좋다. 

올라가보니 역시 주암호를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 곳이다. 




전망대와 이어지는 곳은 고인돌공원이다. 

저렇게 큰 거석 무덤을 만들었던 우리 조상들도 참 대단해 보였다. 우리 나라의 위대한 거석문화 유산에 우리는 연애 장난질을 해본다....




순천 송광사

중학교 졸업여행을 와봤던 송광사.. 그 때의 인상이 너무나 깊이 남아 가보자고 해서 왔으나 이곳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하나이기에 더욱 기대가 컸던 곳. (해인사-법보사찰, 통도사-불보사찰, 송광사-승보사찰) 승보사찰이기에 스님을 양성하는 대학과도 같은 곳이어서 사찰 내 곳곳이 접근이 불가능해 있었다. 


그러면서도 입장료는 지금까지 가봤던 사찰 중에서 가장 비싼 수준. 내 어릴 적 좋은 기억을 망쳐버린 현재의 경험이 왜 그렇게 원망스러웠는지...




순천 선암사

송광사에서 산길을 따라 1시간을 건너 반대편으로 가면 선암사가 나온다. 


송광사에서의 실망을 선암사가 만회해주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절이 또 있을까 할 정도로 예쁜 정원을 가진한 곳이었다. 곳곳에 계곡물을 막아 만든 연못이 있고, 사계절 꽃이 필 수 있게 다양한 꽃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선암사에서의 좋은 추억을 새롭게 간직하고서 내려오는 길에 감나무가 보인다. 그리고 따먹을 수 있게 긴 장대가 놓여져 있다. 비교적 쉽게 딸 수 있는 곳에는 이미 다른 관광객들이 다 따버린 듯하고, 정말 높은 곳에만 몇 개가 남아 있었다. 한번 시도해보고 사랑하는 연인을 옆에 둔 남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릴 수 없어 계속 시도한 끝에 결국 감을 딸 수 있었다. 




담양 소쇄원

선암사를 나와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담양의 소쇄원.. 

주차를 하고 소쇄원 향해 가는데 그냥 집 하나 있길래 그냥 지나치고 계속 올라가보았지만 과수원만 나온다.. 

동네 주민인 듯 보이는 분께 소쇄원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오는 길에 있었던 집이 소쇄원이라고 한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의 소도시에서 커서 그런지 저런 집들은 너무 흔한 집인데 저게 유적지라니 생각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언제가 날씨가 따뜻한 봄날 다시 온다면 그 때는 훨씬 좋은 경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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